결과보다 더 중요한 것

요즘 읽고 있는 책을 제 서재에 빠짐없이 기록하고 있는데요, 이것 저것 마구잡이로 추천받은 책들을 읽다가 묘한 관계를 발견했어요. 어떤 책과 어떤 책은 같은 결과를 다른 시각으로 소개하고 있고, 어떤 책은 어떤 책보다 먼저 읽어야 한다는 그런 느낌 말이죠. 얼마 전에 읽었던 '마음은 어떻게 작동하는가' -> '마인드해킹'이 그렇고요, '셈코 스토리' -> '더 골' -> '린 소프트웨어 개발'이 그랬습니다. 지금은 팀장님이 소개해준 '숨겨진 힘 - 사람'을 읽고 있는데, 여기에는 '린 소프트웨어 개발'에 소개된 NUMMI라는 회사가 등장합니다. 다 읽고 나면 책들의 순서를 다시 재배치해 볼 생각이에요.

'셈코 스토리', '더 골', '숨겨진 힘 - 사람'에 등장하는 회사들은 다른 일반적인 회사와 다른 방식으로 일하고, 모두가 행복하게 일하는데도 그 어떤 회사보다 생산적으로 일하는, 제가 꿈꾸는 이상적인 조직들입니다. 그런데 문제가 있어요. 그것은 결국 결과일 뿐이라는 겁니다. 내가 어떤 회사의 사장이라면, 하고 머리 속에서 시뮬레이션을 해봤습니다. 내 회사가 대기업이라면, 잘 하면 좋은 결과를 볼 수도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하지만 그렇게 안 할 겁니다. 잃을 게 많거든요. 지금까지 해보지 않았던 무언가를 새로 시도하는 데는 모르긴 몰라도 어마어마한 용기가 요구될 거에요. 제 회사가 작은 기업이라면 어떨까요? 제 시뮬레이션에서는 그럴 체력이 부족했어요. 이상이 눈 앞에서 현존하고 있는데 왜 결과는 이렇게 실망스러울까요? 이유가 뭘까요? 제 생각은 아마 저 위에서 소개된 이상적인 회사들도 처음엔 그렇게 안 했을 거라는 겁니다.

'셈코 스토리'를 다 읽고 생각한 게 있습니다. '셈코는 분명히 좋은 회사다. 하지만 많은 회사가 셈코를 배워갔다고 하는데, 왜 어떤 회사도 셈코가 될 수 없었을까?' 제 대답은 이렇습니다. 그들이 셈코를 다시 만들어도 지금과 같을 수는 없을 거예요. 셈코도 셈코가 될 수 없는데 하물며 대체 어떤 회사가 셈코가 될 수 있을까요? 그들이 이룩한 결과 - 현재에서 배울 것이 아니라 그들이 다른 누구가 아니라 바로 그들이 되었던 과정 - 과거를 배워야 합니다. 셈코는 단 한 순간에 이루어지지 않았습니다. 어릴 때는 어릴 때의 성장 방법이, 자라서는 자라서의 성장 방법이 있는 법이지요. 시작부터 끝까지 일직선을 그어서 그 성장 경로를 따라가기만 하면 되겠어요?

예전에 사용자 스토리라는 글에서 그렸던 그림이 생각나네요. 지난 주 애자일 코리아 모임에서 이야기를 들으면서 생각했던 게 바로 이겁니다. 지금 애자일 방법론들을 잘 적용하고 있는 회사나 팀들은 과거에 여러 가지 문제들을 어떻게든 해결했기 때문에 지금의 모습이 있는 것일 겁니다. 기억해서 말해줄 수 있는 것 외에, 그런 문제가 정말 있었는지조차 모르는 문제도 해결했을 거고, 어떻게 해결했는지 모르는 문제도 있을 겁니다. 우리가 놓치고 있는 건 바로 그것들입니다. 그게 바로 우리가 셈코가 될 수 없는 이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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